지난 수업시간에 이수인 선생님의 '불타는 강대나무'를 불렀다.
이수인 선생님은 "가곡이란 성악발성으로 부르는 노래"라고 정의하신 그대로 곡을 쓰셨기에, 이 곡에서 고음으로 된 climax에서는 전율이 느껴졌다.
수업중 한 여학생이 '강대나무'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그때 문득 지난 어느 자료에서 고 이수인 선생님의 부인이신 수필가 쥐뿔 김복임 님이 "'강대나무'를 사전에 찾아봐도 그런 나무를 찾을 수 없으니 아시는 분은 연락 주세요."라고 하신 것이 떠 올랐다. 10여 년 전인 그 당시에는 노래 자체에 관심이 없었기에 그냥 지나쳤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제대로 알아보기로 한다.
사전에서 '강대'란 '선 채로 말라서 껍질이 벗겨 져 죽은 나무'라고 설명한다.
곧, '강다짐', '강술' 따위의 말처럼, '강대'에서의 '강'은 마땅히 곁들어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상태, '대'는 뿌리와 잎이 제거되어 밑동과 줄기만 있는 나무를 말한다.
그러니 '강대'그 자체가 이미 죽은 나무이기에 '강대나무'란 시적인 표현이다.
작사가는 1 절에서 '백두산 상봉 강대나무', 2 절에서는 '무두봉 돌 모래밭 강대 나무'라고 하였다.
두 가지 모두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시인의 과장된 상상력이다.
'백두산 상봉'이라면 천지 둘레에 있는 2744m 주봉(장군봉)을 말하는데, 20여 년 전 6월 초에 올랐을 때 천지 물은 꽁꽁 얼어있었고 장군봉 주변은 온통 부석토로 덮여 있어서 풀들만 군데군데 있었다.
백두산의 침엽수림은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종비나무가 주종을 이루어서 백두산지구 해발 1000~1700m에 일정한 띠모양으로 분포하면서 수목한계선(산림경계선)을 이룬다.
곧, 백두산의 1700m이상부터 정상까지는 침엽수는 사라지고 풀, 잔디류, 이끼류만 자라고 있다.
어느 사진에서 천지 물가에 낙엽송 1 그루가 우뚝 서 있는데, 바람에 날린 씨가 기적처럼 생육하여 지금도 살아 있으니 강대는 아니다.
'무두봉 돌모래밭'의 무두봉은 백두산 천지에서 동남쪽 11km에 있는 백두산의 기생화산으로, 해발 1930m이지만 높은 용암지대위에서 분출하였기에 실제 높이는 북서쪽에서는 70m, 동쪽에서는 100m 정도이다. 제주도의 오름처럼 현무암 기반에 부석이 덮여 있어서 풀만 자라지 나무는 아예 없다.
그러면 '강대(나무)'는 어디에 있을가? 천지와 무두봉 사이의 저지대(그래도 1000~1700m 아한대성 고도이다)에서 가문비나무, 종비나무, 좀이깔나무 종류가 숲을 이루고 있어서, 이곳을 백두산 원시림이라 부른다. 높이 25~27m, 밑동 지름 평균 40cm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이들 중에 어떤 나무가 고사목이 되어 강대로 남았을 것이다.
고산지대에서 수목한계선(樹木限界線, treeline)이 생기는 것은 강한 바람과 눈 때문이다.
강한 바람은 수목생장의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나무조직에 직접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노출된 잎사귀를 건조한다.
눈 또한, 성장기에 눈이 늦게 녹으면 성장기간이 줄어들어 새순이 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온전히 자랄 수 없으면 나무의 성장이 멎는다.
기온이 극히 낮은 기간이 지속하면 나무의 수액이 얼어서 나무가 죽어 버린다.
수락산과 불암산에도 침엽수(소나무, 낙엽송, 편백나무 등)가 숲을 이루고 있는데, 그중 각자의 사정으로 중간중간 죽은 나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흙속의 수분이 충분하니 시간이 지나면서 고사목의 뿌리가 썩고 바람의 영향으로 쓰러져 결국은 모두 썩는다.
그러나 고산지대에는 무더위 강추위로 땅속 수분이 증발하여서 고사목의 뿌리가 썩지 않으니 천년이 넘도록 강대(나무)로 남아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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