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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론,에피소드

[스크랩]조수미, 오페라로 제 인생을 비참하게 하고싶지 않아요

조수미, 독일 가곡 음반 내고 기자간담회

"오페라로 제 인생을 비참(miserable)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소프라노 조수미(48)가 오페라 출연과 관련한 고통을 털어놓았다. 독일 가곡 음반 출시를 기념해 23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그는 "2004년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 당시에 여름인데도 심하게 독감을 앓아 공연 30분 전까지 말도 제대로 못 했다. 대역(代役)도 없었는데 막상 무대에 서자 기적적으로 목청이 트였다. 요즘도 당시를 생각하면 한밤에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악몽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조수미는 오페라 무대보다는 주로 콘서트와 리사이틀로 비중을 옮기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무대에 서고, 장기간 리허설을 하다 보면 마음고생이나 몸고생이 모두 심하다. 오페라를 통해 쌓은 명성을 되도록 콘서트 무대에서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조수미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신작 뮤지컬 '러브 네버 다이스(Love Never Dies)'의 음반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199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오페라에 출연할 때 짬을 내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봤다. 그전까지는 오페라와 클래식만이 갈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뮤지컬 노래를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번 '러브 네버 다이스'는 '오페라의 유령'의 후속작이다. 그는 "오페라는 친한 가수들이 나오고 아는 악보이기 때문에 실수는 하지 않을지, 건강은 좋은지 염려하느라 제대로 즐길 수 없고 보는 것마저 힘들다. 그래서 런던과 뉴욕, 시드니와 홍콩 등 세계 각지를 찾을 때마다 뮤지컬을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라고 했다. 조수미가 꼽은 최고의 뮤지컬은 역시 '오페라의 유령'이다.

이번 독일 가곡 음반은 타이틀 곡인 베토벤의 '그대 사랑해(Ich liebe dich)'를 비롯해 슈베르트의 '들장미'와 '음악에',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 등 친숙한 곡들로 골랐다. 조수미는 "어릴 적 아버지의 음반으로 명(名)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가 부른 브람스의 자장가를 들으며 자랐다"고 말했다. 그는 "20대에는 내 재능이나 재주를 보여줄 수 있는 정열적인 이탈리아 오페라를 좋아했지만, 갈수록 독일 가곡의 절제와 깊이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마산(4월 3일), 대전(7일), 고양(9일), 인천(11일)에서 독일 가곡 리사이틀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