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가라(Vaya Con Dios) - 철지난 영화들 (2008/01/06 18:28)
[2006년 1월 21일 작성]
칸토리안이라는 교파는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하느님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교리를 갖고 있습니다.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곧 예배랍니다. 가톨릭에선 이들을 이단으로 보고 17세기에 파문해버렸고, 교단은 점차 쇠퇴하여 단 두 개의 수도원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 중 하나인 독일에 위치한 수도원에는 네 명의 수도사가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원장이 사망하고 수도원의 재산이 모두 남에게 넘어가버리자 남은 세명의 수도사는 이탈리아에 있는 또 하나의 칸토리안 교단의 수도원으로 떠날 수밖에 없게됩니다. 교황 우르반의 규범이 담겨있는 귀하디 귀한 규범집을 간직하고 무작정 길에 오른 수도사들, 세상물정 모르는 순박한 그들은 과연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가?
2002년 독일에서 만든 영화인 '신과 함께 가라(Vaya Con Dios)'는 위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전형적인 로드무비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더군요. 수도사들이 주인공이지만 이야기가 특별히 종교적이지는 않습니다. 순박한 사람들이 갑자기 험한 세상과 부딪치게되면 일어날법한 사건들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어요. 가족들과 함께 모여앉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구경하기에 알맞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칸토리안이 성가를 부르는 것이 장기(?)인 교단이니만큼 이 영화에는 수도사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그 성가들이 아주 기막히게 아름답습니다. 악기 반주 없이 그저 목청만으로 부르는 삼중창이 어쩌면 그토록 성스럽게 들리는지요. 특히 아기때부터 수도원에서 살아왔던 소년인 아르보의 목소리는 마치 천사의 그것같습디다. 이들의 노래를 듣다보면 찬양으로 신과 가까워진다는 교리가 그럴듯하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동영상 올리는 재미가 들어서, 또 하나 올려봅니다. 물론 수도사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두 장면을 하나로 붙이는 재주를 부려보았습니다. 먼저 나오는 것은 영화 전반부에 길에서 만난 여자 기자가 수도사들의 노래를 듣고 감동받는 장면입니다. 나중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세 명 수도사간의 갈등이 노래로 말미암아 풀리면서 다시 한마음이 되는 장면입니다.
소리가 좀 작을지도 모르니 볼륨 키우고 들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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