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안? 그레고리오 성가?
- 작성자 박해동작성일 2008.04.05 13:28
- 그레고리안 성가? 그레고리오 성가?
-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레고리오 성가'가 맞는 표기이고 현재의 공식 용어이다.
- '그레고리안'이라는 말은 형용사다. 어느 언어의 형용사일까? 영어의 형용사이다.
그러나 그레고리오 성가라는 음악은 Latin을 기반으로 발전된 음악이다. 영어와는 별 관계가 없이 발전하였다. 더군다나 가톨릭 교회의 공식 언어는 Latin이며, 영어나 프랑스어, 도이칠란트어, 대한민국어는 가톨릭 교회 입장에서 볼 때는 모두 '지방어'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자국어 미사를 허용한다고 했을 때의 바로 그 '자국어'가 이들 언어인 셈이다.
이 음악 이름의 기원이 된 교황님의 호칭도 '그레고리오' 교황님이지 '그레고리안' 교황님이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그레고리안 성가'라는 표현보다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맞으며 이 표현이 현재 한국 가톨릭 교회의 공식 표현이 되었다. 1997년 전에 출판된 가톨릭 성가에서 '그레고리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다가 1997년 이후 출판된 가톨릭 성가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예전에는 '라떼란 성당'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이 지금은 '라떼라노 성당'이라고 사용하고 있다.
다음은 daum 전례음악카페 지기님께서 쓰신 글이다.
----------------
요즘은 전례음악에 대한 상식이 많아져서 웬만한 교회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어디서 구했는지 신기할 정도로 그레고리오 성가가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흘러나오는 곳이 적지 않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한국천주교회의 표준어(공식용어) 이다. 필자가 1987년 “교회 전례음악” 책을 쓸 때도 그레고리오 성가로 쓸 것인지 그레고리안 성가 로 쓸것인지 며칠을 고민하고 연구했다. 한국 교회에서는 공식 용어가 아직 없을 때였다.
결국 원어인 라틴어(라전어)의 발음 원칙과 한국 발음을 감안하여 과감히 “그레고리오 성가” 로 결단을 내렸다. 책이 나온 후 여러 사람들로부터 펜 레터가 왔다. 그중에는 당시 유럽에서 성음악공부를 하시던 사제도 몇 분 있었는데 편지 내용에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귀하의 책에는 그레고리오 성가로 되어 있는데 맞는 것인가요? 어떤 근거인가요? 개인적으로는 그레고리안 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는 요지였다.
어학과 음악에 정통한 분의 질문인지라 직업군인이 뭘 알겠는가마는 소신을 적어 보냈다. 라틴어로 베드로는 petrus 로 쓴다. 이태리어는 pietro 이고 영어는 peter 이지만 한국에서는 petrus를 베드로 라고 통용한다. 마치 필자의 세례명이 patritius 이지만 빠트리치오 라고 통용하듯이....
라틴어로 Cantus Gregorianus는 제 64대 교황인 성 그레고리우스(재위 590-604년) 대교황의 이름에서 명명한 것이다. 모두 그레고리오 교황이라고 하지 그레고리안 교황이라고 하지 않는 논리이다. 얼마후(1997년) 한국 천주교회는 용어 표준화 심의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로 확정 발표했다. 필자는 안도하기도 했고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왜 그레고리안 이라는 번역이 쓰였을까? 하는 생각도 할 만하다. Cantus Gregorianus 는 영어로 Gregorian Chant 라고 한다. 즉 앞 뒤가 바뀌어 있다. 문법 차이인데 라틴어로는 노래(Cantus) 에 초점이 있고 영어는 그레고리오 이름(Gregorian) 또는 그레고리오 식(스타일)에 초점을 둔 형상이다. 미국에서는 두 단어 중 한 단어를 줄여서 그레고리안 이라고 하기도 하고 챈트 라고도 한다. 그래서 Chantman 챈트맨 이라고 하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이 된다.
국제화 시대가 되다보니 영어권에서 공부하거나 살던 사람이 많아지고 영어가 많이 쓰이게 되자 그레고리안 이란 용어가 혼용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영어식 발음이다. 심지어 그레고리 라고 쓴 이상한 음악사 책도 있다.
특히 가톨릭과 달리 미국에서 교육받은 개신교 학자, 목사들이 거의 모두 그레고리안 이라고 쓴다. 참고로 불어로는 Chant Gregorian 이라고 쓰지만 발음은 샹 그레고리앵 이다. 이태리어로는 Canto Gregoriano 깐토 그레고리아노 라고 발음한다. 라틴교회의 전례와 용어는 로마식에 따르는 것이지 영어가 국제어가 되었다고 하여 미국 발음을 따라갈 이유가 없다.
이 밖에 평성가, 정선율 성가, 코랄 등 별칭이 있는데 다성음악이 나오면서 붙여진 이름이며 좋은 뜻으로 붙인 이름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공식 이름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음악·이론,에피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짜르트와 살리에르--앙숙이기만 했을까? (0) | 2008.07.31 |
---|---|
파이프오르간제작과정 (0) | 2008.07.21 |
라틴어와 이탈리아어의 발음법 / 구로문화원가곡교실 (0) | 2008.07.12 |
성대 (0) | 2008.07.03 |
횡격막과 딸꾹질 (0) | 2008.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