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산사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해 뜨기 전에 출근했습니다. 서울 수유동 화계사. 고개를 돌리면 북한산이 우뚝하죠. 외국인 스님들의 수행 공간으로 이름난 사찰입니다. 지난밤의 별과 정적은 이곳이 서울이라는 생각을 잠시 멈추게 만들었는데, 출근길 광화문까지는 시내버스로 겨우 40분이 걸리더군요. '도시의 산사'라는 형용 모순적 표현을 쓴 이유입니다.
쥐가 났던 오른쪽 허벅지를 압박합니다. 새벽 다섯 시의 겨우 한 시간 참선(參禪)과 108배가 빚어낸 허약한 도시인의 후유증. 하지만 마음은 맑습니다. TV와 스마트폰의 자극에서 자유로웠던 1박2일은 참으로 오랜만이거든요. 참선을 지도한 산성 스님은 "생각과 판단과 분석은 잠시 멈추고, 스스로의 나를 가만히 바라보라"고 했습니다. 벽에 얼굴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벽을 마주 보고 앉은 면벽수도(面壁修道). 스님은 참선할 때 눈을 감지 말라더군요. 눈감으면 오히려 잡념과 상념이 가득해진다면서요.
스님의 말씀 중에 기억나는 대목이 있습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그 사람 때문에 죽을 것처럼 아픈 사랑은 전생에 지독한 악연이었다고요. 이런 뜨거운 사랑은 끝까지 계속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결혼까지는 심사숙고하라는 거죠. 반면 이런 사람은 보는 즉시 혼인의 연(緣)을 맺으라 했습니다. 만나서 함께 있는 동안은 즐겁고 유쾌하지만, 헤어지면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 사람. 전생에도 내생에도 선연(善緣)이라는 게 부처님 말씀입니다.
화계사에서의 하룻밤은 말하자면 압축적 템플스테이. 이 템플스테이도 그런 선연에 빗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룻밤을 절집에서 보냈다고 깨달음을 꿈꾼다면 욕심이겠죠. 그보다는 하루치의 해독과 정화를 얻고 간다는 게 정직한 고백일 겁니다. 사찰 문을 나서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게 당연합니다.
쥐가 났던 오른쪽 허벅지를 압박합니다. 새벽 다섯 시의 겨우 한 시간 참선(參禪)과 108배가 빚어낸 허약한 도시인의 후유증. 하지만 마음은 맑습니다. TV와 스마트폰의 자극에서 자유로웠던 1박2일은 참으로 오랜만이거든요. 참선을 지도한 산성 스님은 "생각과 판단과 분석은 잠시 멈추고, 스스로의 나를 가만히 바라보라"고 했습니다. 벽에 얼굴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벽을 마주 보고 앉은 면벽수도(面壁修道). 스님은 참선할 때 눈을 감지 말라더군요. 눈감으면 오히려 잡념과 상념이 가득해진다면서요.
스님의 말씀 중에 기억나는 대목이 있습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그 사람 때문에 죽을 것처럼 아픈 사랑은 전생에 지독한 악연이었다고요. 이런 뜨거운 사랑은 끝까지 계속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결혼까지는 심사숙고하라는 거죠. 반면 이런 사람은 보는 즉시 혼인의 연(緣)을 맺으라 했습니다. 만나서 함께 있는 동안은 즐겁고 유쾌하지만, 헤어지면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 사람. 전생에도 내생에도 선연(善緣)이라는 게 부처님 말씀입니다.
화계사에서의 하룻밤은 말하자면 압축적 템플스테이. 이 템플스테이도 그런 선연에 빗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룻밤을 절집에서 보냈다고 깨달음을 꿈꾼다면 욕심이겠죠. 그보다는 하루치의 해독과 정화를 얻고 간다는 게 정직한 고백일 겁니다. 사찰 문을 나서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게 당연합니다.
[어수웅 기자, 조선일보,주말Magazine,20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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