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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문.사.철.공학,컴퓨터)

[스크랩] 교황이 수용한 '진화론'-그 중심에는 'DNA'가 있다.

신간서적/제임스 왓슨 "DNA; 생명의 비밀"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학적 진화론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을 밝혔다. 진화와 빅뱅이 가톨릭의 가르침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고, 창세기의 하느님이 무엇이나 가능하게 해주는 요술 지팡이를 든 마법사도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가톨릭이 천지창조에 대한 창세기적 해석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 과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기독교적 창조의 과정에서 하느님의 역할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진화론은 자연·생태 환경의 변덕스러운 변화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에는 부모를 닮은 자식이 유리하다. 그러나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오히려 부모를 덜 닮은 자식에게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결국 생명은 부모와 닮은 듯 닮지 않은 자식의 '변이'에 대한 '자연선택'을 통해 환경의 무작위적인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다윈의 놀라운 통찰력에서 출발한 진화 가설이 이제는 교황도 거부할 수 없는 당당한 과학 이론으로 자리를 잡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현대 생명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중심에서 지켜본 제임스 왓슨의 'DNA: 생명의 비밀'(까치)이 진화론을 포함한 생명의 신비를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A·T·G·C의 4가지 염기를 이용한 64진법의 화학적 암호로 표현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이중나선 구조의 DNA가 그 핵심이다. 비록 낯선 화학의 언어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통해 밝혀낸 새로운 지식은 놀라운 것이었다. 인류의 기원은 물론 집단과 개인의 정체성까지도 확실하게 설명해주었다.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들의 우연한 혼합과 약간의 돌연변이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무작위적인 변이가 변덕스러운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결과가 바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것이다.

자연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학과 영성의 세계를 추구하는 종교의 갈등은 소모적인 낭비일 뿐이다. 과학이 영혼과 사랑을 강조하는 종교를 부정할 이유도 없고, 종교가 경험과 논리로 밝혀낸 과학을 배척할 이유도 없다. 결국 과학과 종교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어렵게 만들어낸 소중한 문명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종교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력이 진한 감동을 준다.

[조선일보,이덕환 서강대 교수,201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