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가난한 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서 신생아를 버립니다. 이게 대한민국 빈곤층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반값 등록금요? 미칠 것 같은 마음에 눈물만 납니다."
평생 빈민운동을 해 '빈민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야가 반값 등록금 경쟁을 벌이는 요즘의 정치 상황을 격하게 비판했다. 그는 "뭐가 중요한지, 뭐가 우선순위인지를 모르면 (정치인들이) 정신 나간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대학 때부터 판자촌에서 빈민운동을 했고, 18대 국회에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으로 들어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책을 꺼내놓고 빈곤 아동의 사례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했다. 강 의원은 "4년제와 2년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모두 281만명이고, 이 중 23%인 약 64만명이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하고 있다"며 "반면 돈이 없어 급식예산을 지원받는 청소년의 수는 137만명이다. 표 없는 137만명은 눈에 보이지 않고, 표 있는 대학생들만 보이느냐"고 했다.
그는 "내가 지난 3년간 빈곤문제 해결을 말했지만 누구도 특단의 대책을 펴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등록금에 대해서는 모두들 특단의 대책을 들고 나섰다. 한나라당 쇄신파도 틀렸고, 당 지도부도 모두 틀렸고,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복지부 예산 34조원 중 아동복지 예산은 0.5%인 1700억원에 불과하다. 고등교육 예산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두 배 더 늘려야 한다고 하는데, 아동복지 예산은 지금 상태에서 20배는 더 늘려야 OECD 평균에 도달한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가난한 아이들이 와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는 지역아동센터가 전국에 3690개가 있다. 복지법인이나 뜻있는 개인들이 운영하는데 대부분 자원 봉사에 의존하고 있어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요즘도 지역아동센터에는 아이들이 구멍 난 신발을 신고 오고, 가방도 기워서 쓴다. 이런 아이들이 무슨 미래를 그릴 수 있겠느냐"며 "그런데도 교과부 장관은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줄어들어 남는 예산을 대학 등록금 완화에 쓰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쇄신 쇄신' 외치는 분들은 정말 소외받은 사람들은 왜 외면하느냐"고 했다. 그는 "빈곤 아이들에게 신발이나 준비물을 살 수 있는 돈 매달 5만~7만원, 가난한 조손 가정에 월 30만원 정도의 양육비를 주는 등의 정말 긴급한 예산도 7000억원 정도면 된다"며 "왜 추경을 해서라도 이 돈을 마련하자는 얘기는 안 나오나"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한 고등학생 22명이 대학에 붙었는데, 모금운동을 벌였는데 2000만원밖에 모으지 못했다"며 "이런 학생들에게 돈을 몰아 줘야지 왜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대학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낮추자고 하나"라고 말했다. 또 "국민을 위한 복지제도를 만들어야지 표를 얻기 위한 복지제도를 만드는 정치 풍토가 너무 싫다"며 "만날 무상 얘기만 하고…, 공짜로 나눠줘서 국민들의 정신을 빈곤하게 만들려 한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인터뷰 내내 "답답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 [조선일보 2011.6.15]
***위 글에대한 다음날의 조선일보 사설
`票잇는 대학생만 보고, 票없는 빈곤 아동은 안 보나?'
빈민운동가 출신인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반값 등록금 논란에 대해 "학비가 부족해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하는 대학생들은 64만명이고, 돈이 없어 급식예산을 지원받는 청소년은 137만명"이라며 "표(票) 없는 137만명은 보이지 않고 표 있는 대학생들만 보이느냐"고 했다. 강 의원은 "뭐가 더 중요한지, 뭐가 우선순위인지 모르면 정신 나간 것 아니냐. 한나라당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대학생 330만명 중에서 상당수는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몸과 마음이 고생일 것이다. 반면 부모 소득수준이 높거나 부모 직장에서 자녀 학비를 지원해 주는 등의 이유로 등록금 부담을 느끼지 않는 학생들도 제법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요구하는 반값 등록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나 형편이 괜찮은 학생을 가리지 말고 영수증에 찍혀 나오는 등록금 액수를 절반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이 요구대로라면 전체 대학생 등록금 14조4000억원에서 이런저런 장학금 지원액 4조원을 뺀 10조원 중 5조원을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 나라엔 등록금을 걱정하는 대학생들만 사는 것이 아니다. 18세 이하 아동 중에서 방학 중 점심지원을 받는 대상이 48만명, 학기 중 공휴일 점심지원대상이 25만명, 아침·저녁까지 지원받는 대상이 9만명이다. 먹을 것마저 국가보조를 받아야 하는 어린이들이 공책, 필기구, 수업 준비물처럼 공부하는 데 꼭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사정이 어려운 초등학생 15만명, 중·고등학생 21만명에게 월 5만~7만원씩 학습수당을 지원해 주려면 연간 266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부모가 자녀를 돌볼 여유가 없어 할아버지·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은 기본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문맹(文盲)상태인 경우가 적지 않다. 형편이 어려운 조손(祖孫)가정 아동들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기본 예산이 600억원가량이다.
강 의원은 지난 3년간 국회에서 절대 빈곤층 아동들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 수천억원을 따내기 위해 투쟁해 왔지만 "재원(財源)이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그런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자 잘사는 대학생, 못사는 대학생을 가릴 것 없이 330만명에게 5조원을 지원하겠다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빈민 대모(代母) 출신 강 의원 입에서 "국회가 미쳤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 [조선일보 2011.6.16 목요일 사설]
*** 조선일보의 다른 사설
`정부, 과잉대학교육 현실 바로보고 전 대학 국립화, 평준화 함정 피하라'
한나라당이 등록금을 매년 10%씩 줄여 5년 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고, 국가장학금을 지금의 5200억원에서 1조원까지 확충하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이자율을 낮추는 세 가지 방향으로 대학 등록금 사태 수습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부모가 고소득·저소득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다 함께 등록금을 인하하고 장학금을 줄 때 공부를 제대로 한 학생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학점 기준도 철폐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검토하고 있는 모든 방안의 재원(財源)은 국민 세금 말고는 없다. 한나라당이 등록금 문제의 근본 원인과 직접 원인이 무엇인지를 가리지 못하고 국민 세금만 쏟아부어 다급한 발등의 불을 꺼보려 임기응변에 매달리면 내년 총선과 대선의 패배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을 추락과 쇠퇴의 길로 떠민 원인 제공자라는 오명(汚名)을 덮어쓰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대학 등록금 사태 뒤에는 더 어마어마한 사태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꿰뚫어 봐야 한다. 민주당은 8조1000억원이 들어가는 무상의료, 4조1000억원이 들어가는 무상보육, 1조원이 들어가는 무상급식의 복지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복지전문가들은 그중 무상의료만 해도 8조원이 아니라 20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한나라당이 야당의 무상 공세에 국민 세금 마구 뿌리기로 대응한다 해도 더 크고 더 많은 공짜 정책을 들고 나올 야당에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렵더라도 정도(正道)로 야당의 무료 공세에 맞서야 책임정당으로 승기(勝機)도 잡을 기회가 열린다.
등록금 사태는 과잉 대학교육이 불러온 필연적인 결과다. 4년제 200개를 포함해 전문대·사이버대·대학원대 등 411개 대학의 재학생 총 숫자는 364만명이나 된다. 작년 졸업자 62만8000명 중 군입대자와 대학원 진학자를 빼곤 겨우 26만7000명이 취업했다. 취업자의 20%가 대학졸업장이 필요없는 직장에 들어갔다는 통계도 있다. 4년제 졸업자는 51.9%, 전문대는 55.6%가 직장을 얻었다는 통계는 부풀려진 허수(虛數)에 불과하다. 초·중·고 시절 어마어마한 과외비를 내고 들어간 이른바 SKY 대학 졸업자의 절반이 자기 희망에 차지 않는 하향(下向)지원을 통해 겨우 직장을 얻는 게 현실이다. 유명무실(有名無實)한 허깨비 대학에 자식을 보내느라 부모는 아무런 노후대책도 없이 노년(老年)으로 떠밀려가고, 자식들 역시 속 빈 대학 졸업장을 들고 평생 사회를 원망하며 불만 속에 살아가도록 하는 것은 바로 과잉 대학교육의 죄(罪)다.
1968년 학생혁명 이후 전 대학을 평준화하고 학비를 무료로 한 프랑스·독일은 졸업도 하지 않고 각종 면제 혜택에 중독(中毒)된 채 평생 학생 노릇만 하는 대학생들로 넘쳐난다. 한때 세계의 선두를 가던 두 나라 대학은 무너질 대로 무너져 버렸다. 결국 프랑스는 작년부터 대학 지원 예산을 대폭 줄이면서 대학에 민간방식 경영을 도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독일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여러 주(州)에서 등록금을 받는 탈(脫)무료정책이 시작됐고 연방정부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9개 엘리트 대학에만 정부 예산을 특별지원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좌파진영은 대학 평준화를 요구해왔고, 지금도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쪽은 사립대에 정부 재정을 집어넣어 공영화해야 국가가 발언권을 갖고 사립대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한다. 정부의 일률적인 지원은 개성과 자율성에 토대한 사립대를 정부 의존형으로 만들고 언젠가 유럽처럼 평준화 그물에 걸려들게 할지 모른다. 지금 이 나라 정치권은 프랑스·독일이 몸부림치며 빠져나오려고 하는 국립화·평준화의 수렁으로 우리 대학의 등을 떠밀고 있다.
나라와 사회에 기여할 능력을 지닌 대학과 대학생의 적정(適正)규모를 엄정하게 산출해야 가치 있는 대학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자금 부담을 덜어줄 다양한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대학과 대학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정원감축과 대학 재정비의 장기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재 대학과 대학생 규모를 그대로 놔두고선 밑 빠진 독에 국민 세금 들이붓기가 될 뿐이다. 이래야 정부예산을 전문대와 기술계 특성화고교에 돌려 우리 사회가 진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력도 길러낼 수 있다. ▣ [조선일보 2011.6.13.월요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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