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란 수소를 산화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시키는 배터리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 같은 화석연료1)의 부작용이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새로운 청정연료로 수소가 각광을 받고 있고, 이에 따라 수소연료전지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 곳곳에 수많은 수소연료전지 연구소가 세워지고 특별 심포지엄이 계속해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포스코에서는 대규모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 공장을 건설,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SK 에너지(주)는 대덕연구소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했으며, 현대 자동차는 PEMFC(고분자 전해질막 연료전지)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KIST,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전기연구소, 한국에너지 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의 연구기관도 주제와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전지에서 일어나는 전극반응은, 그림 1에 보인 것처럼 매우 간단하다. 양극에서는 외부에서 공급된 연료인 수소가 산화되어 수소 이온과 전자를 발생하고, 음극에서는 이 전자를 받아 산소가 환원되어 산소 음이온으로 된다.
전극반응은 간단하지만, 전지에서 아주 중요한 것은 두 극 사이를 채우는 전해질이다. 양극에서 생성된 전자는 도선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음극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수소 양이온은 전해질을 통해서 음극으로 이동해야 산소 음이온과 결합해서 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전해질에 따라 지금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연료전지들이 고안되었다. 아직도 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MCFC와 PEMFC이다.
MCFC는 리치움, 나트륨, 칼륨의 탄산염 혼합물을 쓰는데, 이들은 600℃ 이상으로 가열해야 액체전해질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MCFC는 적어도 650℃ 이상에서 운전해야 되고, 압력도 매우 높아야 한다. 압력이 높아야 하는 이유는 그림 2의 전극반응에서 보듯이, 고압가스인 수소연료와 CO2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너무 위험해서 자동차 같이 소형 이동기계의 에너지원으로는 쓸 수 없고, 대용량 발전용으로 적합하다.
PEMFC는 현재 80℃ 이하의 온도에서 운전해야 되므로, 운반용 에너지원으로는 적합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연구개발이 이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일부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시내버스 같은 공공차량에 대한 적용기술을 먼저 개발 중에 있다. 독일은 이 방면에 가장 먼저 시험기술의 개발에 성공하였는데, 한때 베를린 시내에 수소연료전지 시내버스 20여 대를 운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를 모두 철수하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는데, 조기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독일이 이런 판단을 내린 데에는 연료전지 자체가 가진 두 가지 문제점과 수소가 갖고 있는 두 가지 문제점이 가까운 장래에 해결될 전망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료전지의 두 문제점은 전해질막 재료와 수소의 산화촉매이다. 먼저 전해질막에 대해 알아본다. PEMFC는 아직까지도 모두 그림 3에 구조를 보인 나피온이란 불소수지를 쓰고 있다. 이 수지는 원래 미국의 뒤퐁사에서 이온교환수지 용으로 개발한 것이었는데, 아직도 더 좋은 전해질이 없어서 모두 PEMFC용 전해질 재료로 쓰고 있다. 이 수지의 단점은 값이 비싸고, 내열성이 낮아 80℃ 이상에서는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뒤퐁사에서는 나피온의 구조를 여러 가지로 변조하는, 즉 그림 3에 보인 고분자의 y/(x+z) 값을 바꾸는 연구를 대대적으로 수행하였다. 하지만 성과는 별로 크게 거두지 못해서 수소 이온 운반속도가 빠르면서도, 80℃ 이상의 내열성과 우수한 기계적 성질을 가진 적절한 x, y, z값은 발견되지 않았다.
뒤퐁사 외의 다른 회사들은 불소수지와는 상관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족 구조의 고분자막 재료를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피온보다 제조가는 낮고, 기계적 성질은 높은 새로운 전해질막을 만드는 것은 쉬운데, 수소 이온 운반속도까지 더 좋은 막 재료는 아직도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지장을 초래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수소의 산화촉매이다. 에너지를 많이 발생하는 수소연료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기체가 양극에 공급되는 즉시 모두 산화되어 전자를 발생시켜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체인 수소가 고체 양극 재료인 백금표면에 잘 흡착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촉매를 쓰더라도 수소의 흡착 및 산화 효율이 너무 낮다. 앞으로 획기적인 진전이 있어야 상업용 수소연료전지의 개발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연료로 쓰는 수소에도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수소를 어떻게 제조할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 화석연료를 쓴다면 수소도 궁극적으로는 화석연료나 똑같이 공해를 유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방안은 수요가 적은 심야에 원자력 전기를 이용해서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원자력 발전량을 늘려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환경단체의 저항으로 인해서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폐기물 처리장조차 지정을 못해서 우리나라에서 '부안사태'가 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환경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에너지로는, 태양열, 조력, 풍력, 수력 등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 상태에서는 그 어느 것도 아직은 화석연료만큼 효율과 이동성이 좋고, 대량생산이 가능하지 않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 청정 에너지 시대가 오기까지 원유 사용량을 대폭 줄여줄 수 있는 에너지는 오로지 원자력 발전뿐이다.
현재는 수소를 어디서 얻을까? 이것도 화석연료인 석유에서 나오는 나프타(CnH2n+1, n=8~15)를 높은 온도로 가열하여 수소와 탄소로 열분해한 뒤, 탄소는 버리고 수소만 쓰는 기술이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는 CO2 문제를 의식해서 탄소를 자원으로 쓰지 않도록 유도하자는 의미이다.
탄화수소 중에서 수소 함량이 가장 높은 CH4(메탄)를 열분해해서 수소를 만든다고 할 경우에도, 무게로 탄소가 75%를 차지하고, 수소는 25%를 차지해 경제성이 낮다. CO2가 발생한다고 해서 75%를 버리고, 25%만 쓰는 것은 가용 에너지에 부족함이 전혀 없을 때에나 합당할 뿐이다. 에너지의 부족은 환경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다.
수소와 관련된 두 번째 문제점은 저장기술이다. 수소는 모든 원소 중에서 가장 작고, 실온에서 기체이다. 그래서 LPG, LNG처럼 액화2)하려면 아무리 압력을 높게 가하더라도 -270℃로 온도를 내려야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액화 헬륨을 써야 된다. 한데 이 방법은 비용이 너무 높아 자원으로 쓸 수소를 액화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고압용기에 압축해서 가스 상태로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현재 쓰고 있는 수소 통의 저장압력은 대부분 실온에서 550기압 정도이다. 자동차의 50리터 들이 수소통에 550기압, 27℃에서 수소를 100% 충전한다면 2.236kg 밖에 채워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압력이 1300기압 이상으로 올라가야 경제적 타당성이 생긴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압력에 견디려면 금속용기는 매우 두꺼워져야 된다. 무거운 금속용기가 두꺼워지면 더 무거워지게 된다. 자동차에 무거운 수소탱크를 싣고 다니면 자체의 무게도 무거워져, 에너지 낭비가 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기술 개발의 초점은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내압성이 우수한 재료를 개발하는 일이다. 아직은 그 재료가 반드시 금속이어야 하는지 다른 재료를 써도 되는지조차 잘 모르는 상태이다.
연료전지와 수소가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 수소연료전지만으로 구동되는, 시험용이 아닌 상업용 자동차가 나올지는 아직도 의심스럽다. 적어도 앞으로 몇 년 안에 나오는 일은 어려워 보인다. 새로운 첨단기술이 성공하면 막대한 신시장이 열리고, 주변기술이 확장되어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모든 첨단기술이 전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성, 경제성이 따라야 하고, 무엇보다 안정성이 검증되어 새로운 것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을 없애 주어야 한다. 현재 기술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네이버 지식백과] 수소연료전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생활 속의 화학과 고분자, 2010. 12. 31., 정진철)
'상식(문.사.철.공학,컴퓨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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