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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또 다른 삶)

[스크랩] ' 산은 산, 물은 물' 의 원출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 스님의 조계종 종정 취임 법어로 불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구절이다. 이 구절의 출처는 '금강경오가해설의(金剛經五家解說誼)'. 금강경에 관한 고승(高僧) 다섯 명의 해설을 모은 책이다.
   '산은 산, 물은 물'이 나오는 부분은 송나라 야부 스님이 금강경 5장을 해설한 한시에 나온다. "존재하는 '온갖 모습'은 다 허망한 것이니 '온갖 모습'에서 '허망한 모습이 아닌 참모습'을 보면 곧 여래를 보느니라"라는 금강경 구절에 관해, 야부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부처님은 어느 곳에 계시는가?(山是山 水是水 佛在何處)"라고 풀었다. 읽는 이가 그 뜻을 새기도록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1980년대 초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을 모신 '시봉 상좌'였던 송광사 인월암 원순 스님이 '금강경오가해설의'를 최근 완역했다. "금강경은 대승불교의 근본 교리와 사상을 풀어놓은 '교과서'입니다. 1300년 전 당나라에 이미 해설서가 800종이 넘었지만, 정작 그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은 적습니다. 요즘 말로 풀지 않으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하기 쉽지요."
   스님은 지금까지 30권 가까운 경전 번역·해설서를 펴냈을 뿐 아니라, 쉽고 고운 우리말 번역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금강경오가해설의는 각 고승의 특징이 잘 드러난, 문학 작품처럼 아름다운 책"이라고 했다.
   '금강경오가해설의'의 해설은 스님마다 각각 특징이 뚜렷하다. 당나라 혜능(638~713) 스님은 쉽게 금강경의 이치를 풀어놓았고, 당나라 종밀(780~841) 스님은 논리적 설명에 강하다. 양나라 부대사(傅大士·497~569)의 찬(贊), 송나라 야부(연대 미상)의 송(頌), 송나라 종경(연대 미상)의 제강(提綱)은 경전의 뜻을 다시 한 번 감칠맛 나는 한시로 풀어낸다. 여기에 조선 초 1417년 무학 대사의 제자인 함허(1376~1433) 스님이 '다섯 스님의 해설(五家解)'을 주석한 '설의(說誼)'까지 총 6가지 금강경 해설을 모은 것이 '금강경오가해설의'다.
   "혜능 스님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이 강점입니다. 함허 스님의 해설도 초심자에게 적합하고요. 또 규봉 스님은 논리적인 체계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세 스님의 해설을 읽고 난 뒤, 부대사, 야부, 종경 스님의 깊이 있는 게송으로 넘어가면 좋습니다." ▣

 

[조선일보, 문화면, 2013.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