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피올라 합창단(핀란드)
핀란드의 타피올라 합창단은 그 창립자라고 할 수 있는 에르키 포욜라의 독특한 음악 및 합창 교육 방식을 통해 세계의 다른 어떤 소년소녀 합창단들과 구분되는 그들만의 독특한 소리결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한 합창단입니다.
이 합창단은 1960년대에 창단한 이래 유수의 각종 국제 합창 경연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유명세를 타 음반을 가끔씩 발매하였고, 그 후 다양한 해외 순회 연주 과정에서 우리나라에도 방문하여 연주회를 한 적도 있습니다.
비록 소박한 소년소녀들의 노래이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근원적인 향취로 가득한 그들의 합창음악에 매료되어 저는 과거 발매된 그들의 합창 음악 음반은 눈에 보이는대로 모두 구입하여 왔고, 구하기 어려운 (그러나 타피올라 합창단의 연습 과정과 또 그들의 합창의 정수를 담은 합창곡들이 담겨 있는) 그들의 DVD 영상물이나 음반을 구글 번역기를 통해 핀란드의 로컬 판매 사이트를 찾아 구매하기도 하였습니다.
유튜브 영상자료를 보면 이 합창단은 지금도 전통과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만, 언젠가부터 그들의 연주나 음반을 접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일입니다.
이하에서는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는 그들의 몇가지 음원들을 통해 그들의 합창음악을 간략히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위 합창음악은 타피올라 합창단의 독특한 소노리티에 영감을 받아 핀란드 현대 작곡가 살리넨(Aulis Sallinen)이 만든 <바다에서 온 노래들(Songs from the Sea)> 중에서 'Sympaatti'라는 곡인데,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면 모든 걱정이 떠나간다는 노래의 내용처럼 합창단의 화음에서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는 독특한 곡입니다.
맨 아래에서 <바다에서 온 노래들(Songs from the Sea)>의 나머지 곡들과 또 그 밖의 핀란드 합창 음악들도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타피올라 어린이 합창단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노래(포크송)들을 자신들의 컬러로 소화하여 멋지게 표현해내기로 유명합니다.
아래의 곡은 '씨야함바'라는 제목의 단순한 화음의 합창곡인데, 아프리카 줄루 족의 노래에 바탕을 둔 노래라고 합니다. 아프리카어 가사의 중간에 우리는 신의 빛 아래 행진한다(We are marching in the light of God)는 영어 가사를 삽입하고 또 합창의 마지막에 디미누엔도를 거쳐 주문처럼 속삭이는 것으로 맺는 독특한 마무리는 언제 들어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타피올라 합창단은 동양적인 정서도 매우 잘 표현하는데, 오래 전에 내한 공연에서 부른 우리 가곡 '선구자'는 우리나라의 어떤 합창단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아래는 '아이즈 반다이산'이라는 일본 합창인데, 마지막 부분에 타피올라 합창단 특유의 음색으로 마치 랩 음악처럼 (오하라 쇼스키씨가 신세를 망친 것은 아침 늦잠, 아침 술, 아침 사우나를 너무 좋아해서인데 그건 당연한 결과라고) 외치는 노래가 참 이색적입니다.
아래 합창 역시 일본 동요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노을 짙은 가을 석양에 장대 끝에 고요히 앉은 고추잠자리를 응시하며 언니와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입니다. 이 역시 매우 단순한 노래이지만 타피올라 합창단의 소박한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가끔씩 코끝이 시려올 때가 있습니다.
고추잠자리 (아카돈보)
불타는 저녁놀에 고추잠자리
(언니) 등에 업혀서 본 게 그 언제던가...
산전의 뽕나무 열매를 따서
소쿠리에 담던 날은 꿈만 같다...
열다섯에 시집간 언니..
마을에는 생사기별도 끊어져버렸네...(어린 목소리)
불타는 저녁놀에 고추 잠자리
꼼짝않고 앉아 있네, 장대 끝에
그 밖에도 타피올라 합창단은 흑인영가나 가스펠 등 성가곡을 아주 맛갈스럽고도 독특한 화음으로 표현해내기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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