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삼성, 강점이 약점이 된다.
조심해, 삼성! 강점이 곧 약점이야 요시카와 료조
-장점1. 점진적 혁신
브라운관 두께 줄이는 등 기존 기술 개량에 독보적
세상에 없던 기술 활용하는 근본적 혁신엔 약할 수밖에
-장점2. 과감한 투자
반도체·액정 패널 분야 등 신속한 투자로 점유율 확대
중국·인도가 추격해오면 삼성은 뾰족한 방법 없어
삼성의 최대 약점은 일본 기업과는 달리 요소 기술이 약하다는 점이다. 다양한 제품을 잘 개발하더라도 일본이나 구미에서 개발한 요소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근본적인 혁신에 힘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이다.
나는 제조업에서 이전에 없던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근본적 혁신(radical inovation)'이라고 부른다. 가령 과거 수십년 동안 변함없던 TV 표시장치가 브라운관에서 플라즈마나 액정으로 바뀐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기존 기술을 개량하고 개선한 기술적인 혁신은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 ation)'이다. 예를 들면 브라운관이 와이드형으로 바뀌고 얇아지는 기술 같은 것이다. 삼성은 이와 같은 점진적인 혁신 역량이 뛰어나다. 근본적인 혁신 기술을 개발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삼성은 처음부터 이 부분은 일본과 구미에 맡기고 '지름길'로 왔다고 생각한다.
둘째 약점은 반도체와 액정 패널 등 장치산업 분야 사업에서 신속하고 과감하게 투자해 점유율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구조는 투자 판단의 성패가 고스란히 수익에 반영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신흥국의 후발 기업이 같은 사업을 시작할 경우 단번에 열악한 상황에 처해질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거대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이나 인도의 기업이 추격해 온다면 한순간에 뒤처질 수도 있다.
이렇듯 현재 순조로운 성장세를 이어가는 삼성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치명적인 약점이 보인다. 이는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사지 않는 복권은 절대로 당첨되지 않는다'는 도전정신이 있다면 분명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경제,2013.1.9.]
요시카와 료조는 누구인가
요시카와 료조(吉川良三·73)는 일본의 CAD/CAM(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및 제작) 전문가. 1994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삼성전자 상무로 일하며, CAD/CAM 시스템을 도입해 운용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전엔 히타치제작소와 NKK(현재의 JFE홀딩스) 등에서 일했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놓고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주창할 때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삼성의 개혁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 2류 기업으로 치부되던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변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의 결정은 왜 세계에서 제일 빠른가' 라는 책을 썼다. 현재 도쿄대 제조업경영연구센터 특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