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기타종교

"자기자리"에서 마음이 평화로우면, 그 곳이 바로 "성소(聖召)의 자리"입니다.

나그네46 2011. 5. 20. 12:20

[[ 서울주보 2011년 5월 15일]]


‘성소(聖召)’라는 것은 말 그대로 聖스러운 부르심을 뜻
합니다. 그러면 세상의 여러 가지 부르심 중에 어떤 것이
성소일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분은 예수님이
시고 그분은 사랑 자체이시므로, 우리를 사랑에로 부르
는 것을 바로 성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소가
있느냐?’ 하고 묻는 것은, ‘지금 너는 사랑의 삶을 살고
있느냐?’ 하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성소는 여러 가지 방면으로 들릴 수 있으며, 그것을
따르는 길 또한 여러 가지입니다. 어떤 주교님은 어렸을
때 집안이 몹시 가난했는데, 집에 오신 신부님께 어머니
가 계란찜을 해 드리는 것을 보고 계란찜이 먹고 싶어 신
학교에 가셨답니다. 후에 주교님까지 되셨지만… 또한
나환자의 벗이 되신 신부님도 계시고, 노동자가 되신 신
부님, 병을 고치는 의사 신부님, 음악을 하는 신부님도
계십니다. 수도자가 되는 것도 성소이고, 성가정을 만드
는 가장이 되는 것도, 성모님 닮은 가정주부가 되는 것도
성소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이 나에게 가장 원하시는 삶이 바로
성소의 삶입니다. 성소는 사랑이신 하느님의 도구가 되
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여러 가지 도구를 필요로 하십니
다. 어떤 모습의 삶이든 ‘사랑에로의 부르심’이라면 그것
이 성소입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러므로 우
리 각자가 사랑하기 위한 ‘자기 자리’를 찾아내고, 마음
이 평화로운 상태가 되면 그곳이 바로 ‘성소의 자리’라고
믿어도 됩니다. 제대로 사랑할 수 없고, 마음에 평화가
없다면 그곳은 성소의 자리가 아닙니다.
또한 성소라는 것은 계속되는 우리의 사명입니다. 기
나긴 여정입니다. 우리 삶의 성소는 죽음으로 완성됩니
다. 그래서 사제가 죽으면 수의 대신 첫 제의를 입히는
것입니다. 죽을 때 비로소 성소가 완성되어 사제가 된다
는 의미이지요. 우리들의 사랑도 지치지 않고 죽는 날까
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성소를 위해 기도하는 성소주일입니다. 사제
와 신자들은 서로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은 서로 부럽기도 하고, 그립
기도 하고, 때로는 고독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
리 모두는 성소를 받고 나름대로 성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언젠가 한 곳에서 다시 만날 것입니다. 사
제와 신자들은 서로를 위해 늘 기도하고 사랑해야 합니
다. 신자들에게 사제는 예수님의 향기가 되어야 하고, 사
제에게 신자들은 목숨 바치고 싶은 연인이어야 합니다.
사제에겐 신자들의 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착한 사제가 되도록, 건강하고, 늘 깨어 기도하고, 공부
하는 사제 되도록, 또한 사제 공동체가 하나로 화합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해 주셔야 합니다. 또한 오
늘, 요즈음 차츰 줄어드는 사제, 수도자 성소를 걱정하
며, 부모들이 훌륭한 자녀를 바치도
록, 하느님께 나아갈 자녀를 붙잡지
않도록 함께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찬근 루카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